미국 주립대 UCO 체험기

귀국 후 느낀 단상 (4월 중순)

데이터 읽는 남자 J 2021. 4. 18. 00:21

데이터 읽는 남자 J

 

미국에서의 4년간 유학생활을 마치고 아이들을 데리고 귀국한지 3개월 반 정도 지났다. 그간 실은 미국 MSBA에서 배운 파이썬 코딩 및 머신러닝 절차를 지도교수님의 허락하에 책으로 쓰고 있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몇 개월 후에는 책으로 출간되기를 꿈 꿔 본다.

오늘은 우리 집의 '화장실 천재 Coke'군이 ACT 시험을 보는 날이라서 아침 일찍 서울 마포에 있는 풀브라이트 코리아 건물에 Coke군을 집어넣고 왔다. 시험 잘 보기를^^

옆에 스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쓴데 아예 옆 건물에 있다. 한국 만세!

 

 

여기서도 쓰고 있는 책 원고를 정서하다가 2시간 넘게 정서하니까 정신이 나갈 것 같아서 지난 3개월간 한국에서 느낀 점들을 잠시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블로그에 돌아왔다. 아마 몇 개월 후면 이 감각을 잊어버릴 것이므로 적어두겠다.

우선 '어디서나 걸을 수 있다'는 점이 돌아온 한국에서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이다. 우웅? 미국에서는 못 걸어요? 라고 물어본다면... 안 걷게 된다, 그리고 걸으면 안되는 사회적 분위기(?)다 라고만 답변해 두겠다. 이건 설명하기 좀 어렵고 미국 가서 몇 달 살아보면 절실히 깨닫게 된다. 좀 걷고 싶은데... 걸을 데 까지 또 한참 차 타고 나가야 한다. 귀찮아서 못 걷는다.^^ 특히 어둠이 깔리면 공원 자체도 출입금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장 다니면서 지하철 등을 타고 다니고 점심 먹으러 나다니고 집에 귀가해서 잠시만 걸으면 가볍게 1만보를 돌파한다. 환상이다. 미국에 없는 엄청난 건강 환경이다.

둘째, 자동차 타고 다니면 가끔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나는 건널목에 주차해 있고 앞에 사람들이 건너는데 가끔 사람들이 미안해 하면서 뛰어서 건널목을 건넌다. 이 때 건널목은 신호등이 없는 아파트 단지내 건널목이다. 그때 차 안에서 이 광경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아...뛰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하면서. 미쿡에서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다. 뛰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 그리고 미안한 마음 이렇게 동시에 복잡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더 웃긴 건, 내가 그 건널목을 건널 때는 나도 차에게 미안해서 뛰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생활 업데이팅 장착?!

세째, 건물 문 열 때 가끔씩 습관적으로 뒷사람이 편하도록 나도 모르게 문을 잡고 있다. 그럼 한국분들은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엄청 고마워들 하신다. 이 미쿡 습관은 가급적 계속 장착한 채 살아가고 싶다.

네째,  한국에 귀국해서 갑자기 대장활동이 활발해 졌다. 이는 음식이 신토불이 음식이 들어가고 맘이 편해져서인지 호홋 소화가 갑자기 엄청 잘된다. 3개월 반이 지난 지금도 한국 집밥이 그렇게 맛있다. 

다섯째, 코로나 땜에 조금 일찍 귀국한 면이 있어서 '화장실 천재 Coke'군도 한국에 귀국해서 외국인 고등학교를 가게 되었다. 으음....외국인 고등학교 학비가...학비가... UCO대학 MSBA 1년 학비의 두 배가 더 된다. 아웅.... 학비를 생각하면 코로나 위험을 감수하고 내가 UCO의 골프학부라도 들어갈 걸 그랬다. 참고로 나는 골프 처럼 작은 공 스포츠는 아주 싫어한다. 왕 큰 공 스포츠를 좋아한다. 축구, 농구처럼. 단 야구는 예외로 좋아한다. 일전에 170만원짜리 미국차(?) 이야기를 한 바 이다. 내가 거주하는 분당에 고급 외제차가 적지 않은 비중이지만, 외국인 고등학교 주차장에 가면 엄청난 학비를 감당하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일단 거짓말 안하고 절반이 1억이 넘는 외제차들이다. 내 생전 그렇게 많은 고급 외제차 행렬은 한국에서는 처음 본다. 매일 Coke군 등하교 시킬 때마다 보는 광경이다. 그럼 스쿨버스를 태우지 왜 힘들게 170만원짜리 미국차로 등하교 시키냐고 물으신다면..호홋... 스쿨버스는 1년에 가볍게 270만원인가 280만원 내기 때문에 미국차를 1대 반이나 더 살 수 있다. 그래서 가볍게 스쿨버스는 포기.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이유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 보면 여자 주인공 미도리네 집안이 집안은 가난한데 고급 사립학교에 미도리를 넣어서 미도리가 엄청 고생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내와 이런 이야기를 종종 나눈다. 우리 집이 바로 Coke군 고등학교의 미도리네 집안 고바야시 서점이라고. 소설 이야기가 우리 집 이야기가 되다니...

여섯 째, 다른 영어는 귀국해서 입에서 튀어나오는지는 모르겠는데 황당하거나 당황스러운 일이 있을 때 'Oh my God!'은 가끔 튀어나온다. 영어 잘하는 편도 아니고 평상시 영어를 이제는 쓰지도 않는다. 좀 경망스럽다. 이 습관은 빨리 단절해야 겠다. 아 책을 펴서 강사 생활을 조금씩 뚫으면 전화 영어를 좀 해서 아예 영어 말하기  기능을 상실하는 일은 방지해야 겠다.

일곱째, 미국의 Half Price Books에 해당하는 알라딘 중고서점이 우리 집 앞에서 5분 거리에 있는데 완죤 환상적이다. 코로나 시기에 망하면 안된다를 간절히 외치고 있다. 내게는 스벅보다도 더 중요한 시설이다. 꼭 살아남아 주시고 다른 동네에도 계속 개설해서 번창하세요. 아... 알라딘 중고서점에 알바라도 하고 싶다. 책 좀 읽으면서^^

글을 마치면서 마포 한가운데 풀브라이트 코리아 건물 바로 옆에 노변 공원이 있는 줄 몰랐다. 국내는 이렇게 너무나도 걷기 좋은 시설이 곧곧에 들어서고 있다. 나보다도 팔자가 좋을 것 같은 견공들도 자주 보이고^^

그리고 원년부터 프로야구를 봐 왔는데 해가 갈수록 더 재밌어진다. 저녁에 프로야구 중계를 틀거나 문자중계 보면서 책 원고를 수정하고 있으려니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난다. 아직 본격적으로 돈을 벌지 못해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아침에 햇빛 쬐면서 책 원고 쓰고, 저녁에 프로야구 들으면서 책 원고 감수하고 하는 지난 한달 반이 정말 행복했다. 

내년 프로야구가 개막할 때 쯤에는 책과 강사 일도 좀 풀려서 집안에도 보탬이 되고 싶은 생각이다. 또 달려나가보자.